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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큐슈

한적하고 여유롭게 구마모토 2박 3일 여행, 첫째날 ( 구마모토성, 사쿠라노바바 조사이엔, 카츠레츠테이, 살바토레 쿠오모, 이치란 라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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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올라온 특가티켓 알림을 보고 무작정 구마모토행 티켓을 질러버렸다. 막상 캐리어를 싸려고 보니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안된 탓인지, 너무나 익숙한 일본이라는 목적지 때문인지 긴장과 설레임이 덜했다. 마치 천안이라도 놀러가는 느낌으로 대충 짐을 눌러 담았다.  




 그래도 출근길 스트레스를 하루라도 안받는 것만 해도 어디인가. 공항에 들어선 순간과 비행기에 오르는 순간은 항상 설레이는 순간일 수 밖에 없다. 




 익숙한 듯 조금은 다른 듯한 일본의 논밭들. 




 구마모토에 도착. 티** 홍보는 아닌데. 

 

 구마모토 공항의 정식 명칭은 아소 구마모토 공항. 구마모토 공항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 공항이었다. 취항하는 외항사는 홍콩 항공사, 차이나 에어라인 그리고 티웨이 밖에 없는 작은 규모였다. 규모가 작은 덕인지 입국수속에도 시간이 오래걸렸다. 도착한 비행기가 작은 비행기 한 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오는데 30분이나 걸렸다. 




 

 게이트를 나오니 화창한 날씨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맑은 하늘이 너무 고마웠다. 구마모토 공항은 이제까지 본 공항 중에 가장 푸릇푸릇한 공항이었다. 그리고 가장 조용한 공항이었다. 그러면서도 깔끔했다. 소도시의 조용한 공항의 인상이 참 마음에 들었다. 




 쿠마몬이 우릴 반겨준다. 요 봉고차 혹은 스타렉스 같은 공항 라이너를 타면 히고오즈 역까지 무료로 데려다 준다고 한다. 소도시의 인심 좋은 서비스라고 할까. 시간이 여유가 있다면 라이너를 타고 가는 것도 여행비를 절약하는 방법일 것 같다. 산큐패스를 이용하는 여행자라면 당연히 리무진을 타고 가는게 낫다. 




 리무진 버스를 타고 쿠마모토 시내까지는 40여분 정도가 걸린다. 차창 밖으로 구마모토의 잘 정돈된 숲길, 논밭길 등을 감상하다보면 그리 길게도 짧게도 느껴지지 않는 시간이었다. 




 숙소 앞 풍경. 시내 한복판이지만 그리 번잡스럽지는 않은 위치였다. 차가 막힐 정도로 많지도 않았고 거의 클락션을 울리지 않는 일본의 운전자들 덕에 차도가 앞에 있음에도 나름 쾌적한 편이었다.


 그런데 예정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탓일까 airbnb 호스트랑 연락이 되지를 않았다. 말레에서 한 번 airbnb에 눈탱이를 맞았던 터라 살짝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15분 정도지나니 호스트가 '스미마셍'을 연발하며 나타났다. 조금 늦었다는 점만 빼면 꽤 친절한 사람처럼 보였다. 






 숙소로 들어오니 완전 개판 아니 마리오판이다. 사진으로도 본거긴하지만 실제로 보니 더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룸 컨디션은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었다. 스케쥴을 변경하는 바람에 7만원 정도에 예약을 했지만 원래는 1박에 5만원 정도 하는 방인데 이정도면 최고인 듯 싶었다. 아직까지 일본에서의 airbnb 경험은 만족스러운 편이다. 


 시간이 없었기에 서둘러 숙소를 나왔다. 빠듯하게 짜여진 2박 3일 일정이라 해가 조금이라도 나와있는 시간이 소중했다. 





 구마모토 성을 가는 도중에 어디선가 코를 자극하는 빵냄새가 솔솔 나고 있었다. 애매한 시간에 도착한 탓에 점심을 아직 못먹고 있었던 우리에게는 꽤나 강렬한 냄새였다. 허기를 참지 못하고 들어가서 빵을 두개 샀다. 오리지날과 코코아 & 바나나 도넛이었던 것 같은데 나름 나쁘지 않은 맛이었다. 와이프는 한국에서도 먹을 수 있는 맛이라면서 아쉬워하긴 했다. 우리 부부의 일본 음식에 대한 기대치가 높긴한가보다. 






 구마모토 성을 향해 가는길. 구마모토 성 앞이 시내에서 가장 큰 번화가인 듯 하다. 구마모토는 소도시라고 하지만 나름 규모가 있는 도시였다. 후쿠오카보다 조금 더 소도시스러운 느낌이랄까. 일본 대도시 들에 비해 조금 한산한 느낌이 들긴하지만 일본의 도시답게 촌스럽다거나 하는 느낌보다는 잘 정돈되고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성을 둘러싸고 크게 수로가 나있다. 과거에 성의 방어를 위해 내어놓은 수로가 아닌가 싶다. 




 아쉽게도 성 내부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작년의 지진으로 인해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부터 폐쇄(閉鎖) 중 이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아직도 복원 중인 구마모토 성. 복원하는데 20년이나 걸린다하니 옛 것에 대해 존중하는 자세가 느껴진다. 비교하고 싶진 않지만 자꾸 우리쪽 얘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불탄 남대문을 대충 복원에 놓은 공무원들이며, 건축가며, 예술가들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자신들의 과오같은 불탄 남대문을 서둘러 숨기고 싶었던 걸까.




 그래도 성벽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구마모토 성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3대성이라는 호칭에 어울리게 성벽부터 웬만한 건물 높이 정도로 꽤나 높게 쌓아 올려져 있다. 






 구마모토 대신궁(熊本大神宮) 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듯 보였다. 평일이라 그런건지. 호스 같은 것들도 바닥에 널려있고 인적이 끊긴 곳 같은 느낌이었다. 무너진 구마모토 성과 함께 시간에 갖힌 듯했다. 








 이나리 신사도 한산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복을 비는 것 같은 우물에서는 물도 나오지 않고 있었고 관리하는 사람도 하나 보이지 않았다. 아쉽기는 했지만 일본적인 느낌을 간직한 신사들을 볼 수 있던 것만으로 만족하며, 사쿠라노바바 조우사이엔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사쿠라노바바 조사이엔으로 가려면 한 10분 정도 성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크게 파여진 해자를 따라 물길도 구경하고 성도 구경하며 가다보니 가는 길이 심심하지는 않았다. 








 한적한 길을 여유롭게 걸는 사이로 구마모토 시민들의 일상도 스쳐지나간다. 




 사쿠라노바바 조사이엔으로 올라가는 길 초입 즈음에는 가토 기요마사의 동상이 세워져있다. 사실 임진왜란에서 활약했던 이 장수의 동상과 구마모토성을 바라보는 그 기분은 복잡미묘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구마모토에는 울산마치(마을)이라는 울산 지역의 한국인들이 끌려와서 거주했던 것으로 보이는 지명도 있고 구마모토성의 축성에도 동원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구마모토 성이 무너진 것을 바라보면서 역사의 인과응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는데. 





 사쿠라노바바 앞에는 '구마모토 건배'라는 이름으로 기린 맥주 행사를 하고 있었다. 구마모토 지역 한정으로 판매를 하는 맥주의 홍보 자리인 것 같았다. 




 시원한 맥주를 바로 사서 먹을 수 있도록 판매도 하고 있었다.

 



기념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면 맥주를 한캔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었다. 외국인도 참여 가능하냐고 도우미분에게 물어보니 가능하다고 한다. 사진을 찍고 했더니 좋아하면서 고맙다고 고맙다고 한다. 사실 기념사진도 찍고 맥주도 받고 좋은 건 우리였는데. 기분 좋은 친절을 느꼈다. 




 행사하는 곳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쿠마몬이 보인다. 당연히 기념사진을 한 장 찍고. 






 사쿠라노바바 조사이엔은 일본의 옛거리를 재현해 놓은 관광시설이라고 한다. 구마모토 시민들은 이 곳에 들려서 맥주도 하고 간단하게 요기도 하는 모습이었다. 우리도 뭔가를 사먹었으면 좋았을텐데 짧은 일정에 가야할 식당이 있었던 터라 발걸음을 돌렸다. 




 구마모토 성 내부를 들어갈 수는 없지만 조사이엔 뒤 쪽을 길을 따라가면 그나마 가까이서 성을 볼 수가 있다기에 계단을 올라가 봤다.





 계단을 오르다가 예쁘게 핀 수국을 만났다. 이렇게 활짝 핀 수국을 본 건 처음인 것 같다. 




 계단을 오르니 그나마 가까이서 성을 바라볼 수 있었다.




 저 멀리로도 보수 중인 성의 모습이 보인다. 지금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하늘도 맑고 햇살도 너무 좋아서 고마운 하루였다. 요즘들어 여행에서 날씨가 좋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새삼 느끼고 있다. 여행 때마다 비가 오는 레이니즘 여행객이 였는데 요새는 이상하게 날씨가 좋다. 




 위에서 바라본 조사이엔의 모습. 볼만큼 봤으니 이제 내려가야 할 것 같다.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번화가로 내려왔다. 금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번화가 치고는 한산한 편이었다. 




 구마모토의 유명 맛집 중의 하나인 카츠레츠테이로 향했다. 해 지기 전까지 이곳 저곳 돌아보려고 하다보니 오후 5~6시까지도 밥을 못먹고 있었다. 허기져서 먹는 식사이니만큼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다행히도 카츠레츠테이의 돈까스는 우릴 실망시키지 않았다. 돈까스를 좋아하는 와이프도 만족시킬 정도로 괜찮은 돈까스였다. 구마모토 지역 맛집 1위까지 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먹은 돈까스 중에는 최고였던 것 같다. 




 만족스러운 식사 덕에 숙소로 가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번화가의 규모는 조금 작았지만 금요일 밤은 어느 곳이나 휘황찬란했다. 


 숙소로 가서 두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 후에 다시 나왔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 사실 구마모토의 밤은 갈만한 곳이 없었다. 시청의 전망대의 야경도 별로라고 하고. 먹기 위해 다시 숙소를 나섰다. 




 어디를 가서 저녁(?)을 먹을까 하다 숙소로 오는 길에 봤던 살바토레 쿠오모에 들렸다. 한국에도 체인이 있는데 수요미식회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압구정 지점에서 먹었을 때에는 꽤나 만족했던 기억이 있어서 오리지널(이라기엔 너무 일본 구석에 위치한 것일 수도 있지만)을 먹어보기로 했다. 




 살바토레 쿠오모의 시그니쳐 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DOC 피자. 근데 도우를 좀 태워서 나왔다. 한국에서 먹었을 때 보다 더 많이 태운 듯 했다. 먹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고 도우를 많이 태운 피자도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냥 먹었는데 와이프는 오사카의 스시처럼 혐한이 담긴 것 아니냐고 오해를 하기도 했다. 정확한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아니었을 것 같다. 다만 조금 태운 피자가 우리 입맛에 안 맞았던 것 같았다. 




 저녁을 먹고 돈키호테로 가서 쇼핑을 한참한 후 돌아오는 길에도 뭔가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정말 마지막 한끼를 위해 이치란을 찾았다. 내일 오후에 구마모토를 떠날 예정이었기에 구마모토에서 먹는 한끼 한끼가 아쉬워서 어쩔 수가 없었다.




 이 날따라 이치란의 국물이 좀 짜게 느껴졌다. 물론 충분히 맛있는 돈코츠 라멘 한 그릇이었지만, 지점이 다른 탓인지 우리가 그동안 라멘을 많이 먹어서 입맛이 달라진 건지 처음 이치란을 먹었을 때 그 감동을 다시 느끼진 못했다. 그래도 이 한 그릇으로 짧은 머무름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금요일 밤을 즐기는 인파 사이를 뚫고 숙소로 향했다. 와이프는 기대가 없었던 것에 비하면 만족스러운 하루였다고 한다. 나에게도 구마모토는 조금 심심할 수는 있지만 볼 것, 먹을 것, 있을 것은 다 있는 도시처럼 느껴졌다. 거기다가 소도시의 여유로움까지. 


 에어비엔비 숙소의 이불이 푹신해서 잠이 잘 올 것 같았다. 보느라 걷느라 먹느라 고생한 몸을 누이고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