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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Chop, Chop

[역삼동] 영동 떡볶이 - 기억 어딘가에서 만나는 때묻지 않은 그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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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영동 떡볶이를 먹으러 감. 

나 같은 이 동네 떠중이는 잘 모르지만, 이 동네에서는 매우 유명하다고 함. 진선여고 졸업생들에게는 추억이나 다름없는 집이라고.


사실 이 동네 몇년 살았지만 어디있는 지도 몰랐던 이 떡볶이 집을 가게된 건 이 블로그의 영향이 큼. 

http://blog.daum.net/gisadan/15798498 


읽어보면 블로그 주인분은 엄청난 떡볶이 고수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 분이 전설의 레젼더리 취급을 하니 안가볼 수가 없었음.


사실 저분 블로그보고 오늘 새벽에 골목식당 돈까쓰(카츠?) 집도 다녀옴. 새벽 5시에 감.



응 실패. 

새벽 다섯시인데도 사람 졸 많음. 내가 이제 인기 좀 식은 거 같다고 얕잡아봤는데 아직 졸 많음. 아직 가면 안됨. 

검색어 걸리게 할려고 올리는 거 아님. 구 돈카 현 연돈. 암튼 그냥 아님. 



지도로 찾으면 잘 안나오는데 래미안 그레이튼 2차 아파트 정문 으로 검색하고 오면 찾을 수 있음. 근처에 주차할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데 주차를 하고 싶으면 휴일이라면 역삼 중학교 쪽을 이용하면 좋을 듯. 



밖에서 모락모락 맛있는 것들이 익어가고 있음. 기대됨. 



메뉴. 사진을 너무 멀리서 찍었음. 미안함. 오늘따라 움직이기가 귀찮았음. 저기에 + 히든 메뉴. 떡꼬치. 
순대는 내장을 같이시키면 오천원이라함. 

궁금하기에 라면빼고 다 시켜봄. 



할머님, 할아버님이 열심히 재료를 준비하고 계셨음. 

뭔가 얘기를 들어보면 두 분의 자부심이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음. '이 근처 사는데 우리집을 몰랐어?' 라던가 '우리가 세브란스 병원 몇십년 동안 배달을 했어.` 라던가. 손님 성향에 따라서는 TMI 일 수도 있지만 그냥 우리 할머니도 생각나고 괜찮았음. 뭐랄까 강남에서 느끼기 힘든 사람냄새라고 해야될래나. 


한 쪽에서 썰고 계신 떡. 떡을 써는 집은 되게 오랜만에 본 거 같음. 아니 기억나는 집들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처음본 것 같음. 이게 이 집 떡복이의 나름의 노하우임. 먹으면서 알게 되었음. 







우리가 시킨 것들. 두명이서 먹는 거 맞음. 우리 돼지 맞음. 



먼저 떡볶이. 분식집의 메인은 역시 떡볶이임. 블로거의 극찬을 받았던 그 떡볶이 맞음. 

난 이 떡볶이가 맛잇는 떡볶이라고 생각함. 정말 어디선가에서 먹어봤을 법한 그런 맛임. 아까 떡을 써시던게 이유가 있음. 떡을 썰어내면서 단면적이 넓어져 양념이 잘 밴다는 것도 이유인 것 같고. 균일하지 않은 떡볶이의 두께가 만들어내는 식감이 괜찮음. 떡볶이 자체도 쫄깃한 편이기 때문에 식감이 더 좋아짐. 


맛있고 깔끔한 떡볶이인데 이게 전설의 레전더리이며 먹는 순간 입에서 방언이 터져나올 정도의 맛은 아닐 수 있음. 최근 트렌드인 달고 짜고 자극적인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더 그럴 수 있음. 왜냐하면 이 떡볶이는 그런 떡볶이들에 비하면 밋밋하다고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요즘 유행하는 떡볶이 한접시를 비우는 순간, 몸에 남은 그 자극적인 맛들과, 그로부터 밀려오는 죄책감의 후폭풍. 이 떡볶이에는 그런게 없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덜 하다고 할 수 있음. 


아마 미식가들이라면 더 좋게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은 밸런스임. 뭔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그래 떡볶이니까 매운 건 맞는데 균형잡힌 맛이라는 생각이 드는 맛임. 



그리고 또 좋았던 건 이 오뎅국물. 이거야말로 내 추억을 떠올려주는 맛이 었음.

추억보정으로 유딩 때 초딩 때, 할머니가 외상달아주시고 배고프면 갔던 내 인생 최고의 떡볶이 집이 있었는데 그 집에서 먹었던 오뎅국물을 떠올리게 하는 맛이 었음. 아마 국물을 되게 심플하게 우려내신게 아닌가 싶음.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국수를 해먹어도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떡꼬치도 맛있긴한데 개인적으로는 한번 튀겨내서 좀 더 바삭한 떡꼬치였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음. 그래도 어릴 때 집에 가는 길에 출출할 때 하나씩 사먹던 그 맛이 생각나서 좋았음. 



결국 둘이서 떡꼬치 몇 개 남기고 다 먹음. 다른 것들도 얘기해보자면 순대는 흔한 순대같은 느낌이긴 했는데 내장이 뭔가 좀 더 잘 익어서 살짝 더 부드러운 듯한 느낌이 들었음. 튀김은 무치는게 좋다고 하셔서 무쳐달라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튀김이 눅눅해져서 반은 그냥 달라고 해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듬. 



우리가 예전에 좋아했던 매운맛이 아마 이런 맛이 아니었을까 싶음. 시간이 지나면서 한국사람은 매운맛을 좋아해 라는게 너무 강조되면서 점점 더 맵고, 점점 더 짜고, 점점 더 달아지고.. 그러면서 음식들의 맛도 조미료가 강조되면서 점점 비슷해지는 것 같고 먹고 나면 속에는 뭔가 부담스러운게 남고. 이런 흐름이 맞는건가 하는 생각이 듬. 


그런 면에서 이 영동 떡볶이가 참 좋은 거 같음. 많이 먹어서 배는 부를지 언정, 자극적인 음식을 먹었을 때의 그 부담감이 없었음. 그냥 예전의 느낌 그대로 남아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었음. 추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최고의 떡볶이이고 근처라면 생각날 때 마다 찾아올만한 맛이라는 생각이 듬. 시간을 들여서 멀리서 찾아와서 먹는다면 조금 실망할 수는 있을 것 같음.


뭔가 조미료 비판론자처럼 써논 거 같은데.. 나 백주부 좋아함. 교이쿠 센세 안 좋아함. 


암튼 이 집 괜찮은 집임. 할무니 할아부지 오래오래 사셔서 맛있는 떡볶이 오래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