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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Chop, Chop

삼원가든 - 서버가 손님에게 "짜증나"라고 하는 고급 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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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대로의 얘기입니다. 자리를 안내받는 도중에 서버분이 저희에게 "짜증나"라고 하였고, 저희는 식사를 안하기로 하고 식당을 나왔습니다.

오늘은 와이프가 산후조리원 퇴원하기 전날이었습니다. 퇴원 이 후에는 밖에서 외식이 힘들거라 생각했던 저는, 고기를 좋아하는 와이프를 위해 삼원 가든을 가려고 계획 중이었습니다.

수유가 저녁 늦게야 끝나기 때문에 예약을 하기 위해 미리 식당을 방문했습니다. 프론트에 있는 분께 물어보니 웨이팅은 방금 전에 해소되었다고 하고 9시쯤에 오면 식사를 할 수 있냐고 물으니 라스트 오더는 9시 30분 까지고 9시 50분까지는 식사를 마치셔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50분이면 식사를 하기에 충분한 시간인 것 같아서 알겠다고 하고 와이프를 픽업하기 위해 차를 돌렸습니다

와이프와 함께 다시 도착해보니 9시 1분이더군요. 발렛을 위해 차에서 내리려고 보니 발렛직원 분들이 영업이 종료됐다고 예약하셨냐고 묻더군요. 이 때도 조금 이상하긴 했습니다. 아까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프론트에서 이렇게 얘기를 들었다고 말하니 직원분이 확인하고 안으로 안내를 해줬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분위기가 좀 이상하더군요. 프론트 직원은 뭔가 안절부절 못하는 분위기였고 저희가 웬지 모르게 눈치를 봐야될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웬지 모르게 불편한 분위기에서 자리로 안내받았습니다.

메뉴판을 받고, 불이 나올 때 까지 서빙은 정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와이프가 들어오면서 검은 옷을 입은 여직원이 저희를 보면서 "짜증나"라고 했다는 걸 들었다는군요.

처음에는 그냥 어이가 없었는데, 생각할 수록 화가 납니다. 저희가 영업시간을 지나서 온 것도 아니고, 조리원 밥만 먹던 와이프를 위해 식사한끼하러 온 건데 왜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면서 밥을 먹어야 하는지.

와이프에게 어떤 직원이 그랬냐고 물어보니 얼굴은 모르겠다고 합니다. 서버에게 물어보니 서버도 모르겠다고 하고. 와이프는 그냥 먹자는데 제 못난 성격탓에 이 기분에 식사를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밖으로 나왔습니다.

나와서도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화가 가라앉질 않더군요. 사실 삼원가든이 동네 호프집도 아니고(물론 호프집에서도 그러면 안됩니다) 나름 짧지 않은 역사를 가지고 미쉐린 가이드에도 소개된 서울을 대표하는 식당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인데도 이런 응대를 하다니.

손님들이 있는 홀에서 이런 소리를 할 정도라면 직원들이 평소에 손님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응대를 할지. 영업시간 종료 50여분 전에 손님을 오게했다는 이유로 프론트 직원에게 눈치를 줄 정도라면 어떤 분위기인지 알만한 것 같습니다.




배고픈 와이프를 그대로 둘 수는 없었기에 근처의 다른 고깃집을 찾아갔습니다. 이모님들이 유니폼을 입고 서빙을 해주셨는데 좀 전 식당에서 그런 경험을 해서 그런지 너무 친절하시더군요. 숟가락 통이 비었다고 얘기를 하니 통을 채워주시는게 아니라 숟가락젓가락 한벌로 내주시고 시키지도 않은 찌개도 가져다 주십니다. 계산 때 매니져 분께서 테이블을 착각하셨는데 자기가 정말 큰 실수를 했다면 연신 죄송하다를 연발하셔서 제가 다 죄송한 건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기도 맛있었고 덕분에 망칠 수 있었던 저녁을 기분 좋게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식당의 격이라는 건 손님이 지불하는 음식 가격을 말하는 건 아닐 겁니다. 식당의 철학을 담은 요리와 함께 식당을 찾은 이들을 기분 좋게 맞는 것. 그것이 격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 항상있는 일은 아닐 것이고 다른 분들은 음식과 응대를 기분좋게 받았을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드물게라도 어쩌면 한국식 다이닝을 대표하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에서 이런 경험을 한다는 건 참 안타까운 일인 것 같습니다. 이게 한국의 외식문화 수준은 아니길 바래봅니다

(직원분들도 사람이고 정해지지 않은 일을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왜 영업시간 종료 59분 전부터 마감을 외쳤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